인디게임을 만들다보면 항상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가 질문한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90% 동일하다.
그거 이미 문서에 적어놨어
기획자는 항상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를 위해 게임에 대한 소개를 담은 문서를 작성해두지만, 잘 읽지 않고 읽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내용에 대해서 다시 물어본다. 이는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1.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는 자신이 할 일들로 머리속이 가득차있다.
2. 글이 많기 때문에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그림이 많은 경우에도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3.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4. 읽었는데 까먹었다.
등등의 여러 요인으로 우리내 개발자들은 기획서의 내용을 까먹거나 오해하여 다시 물어보곤 한다.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크게 귀찮지는 않지만 나의 발전을 위해서 정말 자주 기획서에 대해 생각하고 뜯어고치고 많은 툴들을 사용해보기도 한다.
그 중 게임기획자라면 플로우 차트를 빼놓을 수 없다.
플로우차트는 특히 프로그래머가 이해하기 쉽도록 작동에 대한 부분을 일련의 흐름으로 작성해 둔 것인데, 게임기획에선 큰 문제가 있다.
행동을 위주로 짜여진다는 점이다.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험과 해당 화면에 대한 이해, 연출에 대한 토의가 없이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아주 짧은 플로우 차트의 일부이다. 닉네임 입력이 나와있다. 게임제작자가 이걸 계산할 때는 이 행동을 보고서야 닉네임 입력 칸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어디에 닉네임 입력을 해야할지, 입력하고 엔터를 쳐야하는지 마우스로 눌러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음은 핸드폰의 문자패드 출력이다. 핸드폰 문자패드가 우리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점을 알고있지만, 이런 경험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문자패드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기본 제공하는 API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닉네임 생성] 버튼 클릭도 마찬가지다. 화면 어디에 나와야 하는지 mouse buttondown일때 아니면 buttonup일 때 되어야 하는지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알 수 없다. 그냥 이런것들은 프로그래머의 자의에 맡길 수밖에 없고, 이건 플로우 차트가 아니더라도 훨씬 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
결국 플로우차트는 개발자를 위한 도구가아니다. 사용자를 위한 도구이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쓸 때 어떤 순서로 갈지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는 힌트로만 존재한다.
우리는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자의적인 플로우차트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과 설명이 없으면 보기도 싫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기획서란 없다. 마우스 클릭에 대한 설명부터 (0.5초 이내에 두번 빠르게 누르기) 마우스가 어떤 형태의 어느시점에 탄생한 마우스를 마우스로 정의하는지까지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기획서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가 기획자의 경험을 이해하고, 소통을 많이하는 것뿐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와 재미는 없지만, 추후 우리가 사용하는 독자적인 플로우차트를 소개하기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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