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서 미니 프로젝트로 10분 게임 콘테스트를 참여하고 있다.
갑자기 미니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 프로젝트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까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 새해를 맞아서 신년맞이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원래는 혼자 진행하려고 했던 이벤트였다. 팀원들에게 이런 짐까지 같이 들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나 스스로 제작 실력을 테스팅 해보고자 배우고 있는 언리얼 엔진을 가지고 만들어보고자했다. 상금은 받을 생각도 없었고, 참여에 의의를 두고자만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팀원들과 같이 만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잘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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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주제
결국 만들게는 되었는데, 주제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플레이 타임 10분을 염두에 둔 방치형 게임이 주제였다. 심지어 20분이 돌파하면 수상할 수 없는 제한도 가지고 있다. 이 대회의 의도는 쉬운 게임 제작을 유도했다.
- 10분 정도만 딱 할 수 있게 만들 것
- 제작 난이도가 쉬운 방치형 게임으로 도전해볼 것
그러나 게임성 측면에서 본다면 방치형 게임을 10분짜리로 제작해야 하는 제한이 재미를 억제한다.
게임성은 유저가 게임의 '목적'까지 가는 동안의 장애물을 돌파하며 발생하는 성취감에서 기인한다.
방치형 게임은 크게 3 가지 분류로 나뉜다.
방치형 게임의 목적은 성장이다.
- 성장을 통해 재화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충전하고,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본인의 성장을 체감하는 것.
- 상호작용 요소들을 모두 해금하고, 최종 콘텐츠를 해금시키는 것.
방치형 게임의 방해물은 시간이다.
- 방치형 게임은 말 그대로 유저가 크게 컨트롤을 요하는 요소가 없다. 따라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였느냐에 따라 성장의 폭이 결정된다.
- 복잡한 방치형 게임의 경우 유저의 사전지식과 선택에 따라 성장속도가 크게 달라지기는 하지만, 컨트롤에 대한 요소는 전혀 없다. 이 부분도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 해결된다.
따라서 10분 동안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은 일반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임의 장애물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목표로 향하는 과정이 무의미 해 보이거나 성취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기획 구성
10분짜리 완성된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유저가 플레이할 때 원래 긴 게임의 데모 버전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했다. 일반적인 방치형 게임을 만들어 두고, 10분에 잘라서 멈추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제에 맞게 10분짜리 방치형 게임이면서 완결된 하나의 게임 제작을 중심에 두고 기획안을 썼다.
기본 골자로 잡은 기획의 큰 안건은 10분이 되면 엔딩이 나타나는 타임어택형 게임이다.
- 10분동안 음식들을 섭취하고 10분이 되면 먹은 양만큼 똥이 나오는 게임.
- 10분마다 타임루프를 진행하는 여행자의 이야기
- 10분 동안 용사의 인생이 진행되고, 10분이 딱 되면 노인이 된 용사가 마왕을 처치하는 이야기
팀원들과 상의를 했고, 마침 팀원 중 한명이 핫딜에 감자탕이 뜬 걸 보고 있다가 다른 팀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주인공을 요리사로 하는 거 어때?"
그렇게 시나리오 라인을 짜게 되었고, 다들 기획에 만족하게 되어서 요리사가 메인인 게임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기획안 구체화
10분 동안 방치형 게임을 즐기면서 유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길 바랬다. 따라서 게임 템포를 올릴 수 있으면서 유저 컨트롤에는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런 특성을 가진 장르는 머지 게임 장르라 생각했고, 머지게임에서 자동으로 생성기를 클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방치형의 수치증가에 접목해보고자 했다.
게임의 진행
※ 머지 블록은 요리사의 장비로 구성되어 있고, 같은 장비를 머지 할 때마다 장비 레벨이 오른다.
1. 자동 전투를 통해서 머지 블록이 쌓인다.
2. 머지 블록을 병합해서 높은 장비를 만든다.
3. 장비를 장비창에 장착하여 전투력과 체력을 높인다.
4. 전투력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다음 사냥터가 해금된다.
5. 다음 사냥터로 가서 더욱 강력한 장비를 파밍한다. 〓 1. 자동 전투를 통해서 머지 블록이 쌓인다.
이 구조의 반복이다.
스토리 상 노인이 임종에 이르기 전에 자연의 재료를 들고 요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10분이 되면 현재 장비와 전투력이 어떻든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장비의 파밍이 잘 되어 전투력이 높다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낮으면 낮은대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어찌되었던 게임은 10분만에 끝난다.
기획안의 구성은 이러한 방식이다.
프로토타입 제작
머지 방식을 채용한 프로토타입을 이틀만에 만들었다.
머지가 상당히 부드러웠고, 머지 자체만으로 혼돈을 정리하는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프로토타입부터 재미가 있었다.
게임에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제작하기로 하고, 장비창과 간단한 장비들, UI들을 고려해서 제작하기 시작했다.
시간 제한이 없다면 방치형 게임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게임의 진행속도를 느슨하게 만들었을테지만, 10분짜리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잡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전부 제외했다.
1. 방치형 게임에서 재화가 쌓일 수 있게 하는 시간 여유
2. 머지 게임에서 머지블록을 랜덤하게 뽑아내는 생성기
이런 아쉬운 것들은 뒤로하고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를 잡고, 전리품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간략화했다.
이제 남은건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이다.
추가작업
게임의 발전시키기 위해서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다.
물론 기획자라면 다른 이들이 제작하고 있을 때, 레벨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레벨 디자인은 빠르게 끝내두었다.
계산의 영역이라 오차가 없다면, 시간에 맞춰 기대값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게임의 오프닝과 엔딩을 만들고 싶었다.
하나의 완성된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게임 스토리가 전달되고, 허무하게 끝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오프닝을....?
그동안 갈고닦았던 AI를 사용해보고자 했다.
원래는 로컬로만 사용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큰 맘 먹고 NOVEL AI 와 KLING을 결제해서 이미지와 영상을 동시에 뽑아보기로 했다. 하다보니 욕심이 나서 더빙까지 추가했다.
사용한 툴
1. NOVEL AI - 이미지 생성
2. KLING - 이미지를 영상으로 제작
3. 네이버 클로바더빙 - 영상에 대한 나래이션 제작
4. CAPCUT - 이미지 편집 및 영상 완성
5. PERPLEXITY - 이미지 및 사용툴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도움
6. SUNO AI - 오프닝 및 엔딩에 사용할 배경음악 생성
루팡, 공각기동대 등 90년대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도록 조정했고, 주인공의 모습은 최대한 하드보일드하게 뽑고싶었다. 이미지를 뽑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이미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난이도가 있었다. 복장까지 정확하게 같아야 하기 때문에 수차례 시도를 통해서 하나를 건지는 느낌으로 진행한다.
이미지 일관성을 줄 수 있는 프롬프트를 완성한 후에 다양한 사진들을 뽑아내고 영상 제작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이런 형태는 기획적으로 계속 수정을 해줘야 한다. 영상들의 부자연스러움은 아예 감출 수는 없다. 그래도 AI 영상이 이정도까지 발전한 건 획기적이다.
클로바더빙은 생각보다 사용하기 쉬웠다. 우리 미니 프로젝트가 수익이 발생할지 아닐지 모르지만, 혹시 모를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 결제하고 사용했다. 그래도 품질이나 말의 조정은 매우 간편하고 좋았다.
CAPCUT도 이번에 처음 사용해보았는데,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기능들은 찾아서 해보았다.
콘텐츠 고수가 될거야.
SUNO AI는 이전에 사용할 때보다 더욱 성능이 좋아졌다. 아주 만족하고 만들었다.
이 모든 작업들은 PERPLEXITY와 함께했다. 프롬프트를 추천해주는 것도, 모르는게 있을 때는 전부 이녀석한테 물어봤다. 처음에는 너무 기계스러워서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익숙해졌다. 그렇게 나온 오프닝을 공개한다.
4~5일 동안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말도 잘 못알아듣고, 디테일적으로 완벽해지는 건 지금까지 온 길보다 더욱 많이 남았다.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지금까지의 디자이너들 덕분에 나같은 알못도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AI의 세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정도라 볼 수 있겠다.
추후 계획
엔딩을 제작하고, 그 쯤에는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도 마무리를 했을 것이다.
테스트를 해보면서 레벨디자인이 잘 이루어졌는지 마지막 폴리싱을 진행하고, 게임을 제출해볼까 한다.
그때 쯤에 한 두번 더 포스팅하여 소식을 전달하겠다.
그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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