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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분석

[기획 논평] : 퍼즐보블 - 퍼즐은 원리가 간단할수록 즐겁다.

게임코패스 2024. 11. 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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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내 게임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판단이 잘 안설때가 있다. 제작자가 아닌 이상 이 느낌을 이해 못할수도 있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초기 버전에서 점차 익숙해지고 또한 발전하다 보니 자신의 애정과 그에따른 보정이 들어가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도 들고, 더불어 너무 질리도록 보아서 게임을 하기도 전에 큰 흥미가 돋지 않는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유저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이해해도,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콘텐츠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누군가에게는 재미 없는 법이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부분이 천차만별이라, 내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릴 때에도 내 게임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인지 판단하기는 점점 쉽지 않아진다. 결국 믿을 것은 내 경험과 게임에 대한 지식 뿐인데, 난 최소한 내가 했을 때 재밌고 좋아할만한 게임을 제작하려고 한다. 같은 일을 직업으로서 계속하게 되면 게임불감증처럼 다른 게임에도 재미를 못느낄 시기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예전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들에 대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퍼즐보블의 이미지

 누군가 나에게 첫 게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분명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퍼즐보블을 이야기 할 것이다. 유치원 시절 항상 문방구 앞에 앉아서 게임을 좋아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아버지가 깔아주신 게임이 바로 이 퍼즐보블이다. 내가 너무 밖에 나가서만 있으니, 아버지 딴에는 집에 있는 컴퓨터에 게임을 깔아주시는 방식으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어린 시절 말 한마디 하시지 않으셨으면서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참 우리네 옛 어른들의 모습이다.

 처음 이 게임을 본 순간 나는 대번에 실망했다. 아케이드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액션과 멋진 캐릭터 대신에 무엇인지 모를 동물과 구슬만 들어있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철권, 킹오브파이터즈, 메탈슬러그처럼 선혈이 낭자한 자극적인 콘텐츠에 절여진 나에게 퍼즐보블은 애들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난 늘 그렇듯 바깥으로 나돌았다.

버블보블과 나오는 캐릭터가 똑같았기 때문에 난 퍼즐보블이 이 게임의 짝퉁으로 이지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할머니가 순수 하는 법을 알려주셨고 나는 할머니에게 자랑하기 위해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세개의 같은 색 구슬을 맞추면 그 구슬이 사라지면서 구슬에 달려있던 아래 구슬들이 모두 떨어진다.

 

아래에는 테트리스 처럼 내가 쏴야 할 다음 구슬을 알려준다.

 

같은 색 구슬을 3개 연결하여, 구슬을 전부 없애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테트리스처럼 다음에 쏠 구슬의 색은 내가 알 수 없으므로 3개를 맞추기 위해서는 구슬색을 잘 배분하거나 내가 없앨 구슬의 아래에 달아두어서 한 번에 제거하는 전략을 써야한다.

 

 자랑하기 위해 시작했던 구슬 맞추기 게임이 곧 나에게 중독으로 다가왔다. 벽을 통해 궤도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라, 옛날 사람들이 당구장 생각을 머리에 달고 사는 것처럼 난 잘 때에도 혼자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구슬을 어디에 어떻게 쏴서 붙여야 하는지 생각하곤했다. 게임은 최초 아케이드 버전으로 출시해서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상단부가 내려오기 때문에 한 판 한 판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선을 넘어버리면 모두 검은색이 되며 게임오버

 

이 게임의 목표는 단순하다. 모든 공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목표까지 가는데 사용되는 장애물은 랜덤하게 등장하는 구슬의 색깔과 나의 판단이다. 운적인 요소와 실력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구슬 색이 딱 맞게 나온다면 쉽게 깰 수 있고, 구슬 색이 다르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달아두는 선택 혹은 아직 안전한 곳에 붙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몰입은 구슬 파괴의 이미지가 도와준다. 구슬이 파괴되는 경쾌한 이미지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든다. 스테이지가 올라갈 수록 더욱 어렵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도 게임을 몰입할 수 있게하는 요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3-match-puzzle의 기믹이 있다.

 

 

 3개가 붙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스마트폰 초기의 인기를 끌었던 게임 중 애니팡은 이 규칙을 잘 지키며 보블보블을 잘 리뉴얼해냈다. 초기 애플에서도 유구한 전통이 있는 장르라 최초의 스마트폰 3-match-puzzle은 애플에서 등장했다. 이 간단한 게임은 애니팡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전세계를 강타했고,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모든게 빨라진 숏폼의 시대에서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개발하기 쉬운 형태의 게임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고, 퍼즐게임의 특성상 다른게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자극적인 게임들 속에서 부모님이 허락할 수 있고, 아이들도 규칙을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다. 그렇게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매커니즘은 가장 간단한 규칙 속에서 서로 변형을 맞물려가며 탄생한다.

 

 

인디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퍼즐장르를 만드는 모습들을 보면, 어려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많은 퍼즐 장르가 나왔으니 같은 기믹을 사용하는 퍼즐은 지루하고 싫다는 관점이다. 인디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자신만의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러한 지점은 더욱 이해된다. 그러나 퍼즐의 핵심은 어려움에 있지 않다. 쉽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에 있다.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퍼즐게임이란 규칙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그 풀이는 중독성이 있어야한다. 어려운 것은 개인의 기호이지 필수가 아니다.

 

독특한 기믹으로 사랑받은 baba is you

 

머리를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폰으로도 컴퓨터로도 퍼즐게임은 잘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추억 한켠에는 분명히 알고있다. 찾지는 않아도 시간이 짧은 시간이 비거나 나에게 누군가 쥐어줄 때 가장 재밌는 게임은 퍼즐게임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