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작성자가 게임 기획에 대한 공부 및 추억을 남기는 아주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주제는 항상 달라집니다.
필자는 어린시절부터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썼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에 엄격한 조부•부모님과 함께였기 때문에 마음기댈 곳은 집 앞 문방구 파란나라 앞 게임기거나 집에 있는 하나뿐인 소중한 컴퓨터 뿐이었다. 태권도에 다니기 시작한 7세부터 하루에 다섯 시간은 족히 문방구 앞에서 남들이 게임하는 걸 지켜보고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셨던 우리 할아버지가 동묘에 가서 게임보이를 사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할아버지가 무뚝뚝하시고, 공부잘하라는 말과 함께 무심히 주셨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얼마나 날 애정을 가지고 보고 계셨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시리즈와 화려해진 테트리스지만 나에게 테트리스란 색깔도 나오지 않는 초록 화면의 오래된 게임보이와 옛 사람의 애정표현 방식이 먼저 연상된다.
어린시절 내가 한 닌텐도의 게임보이 테트리스는 정말 엄청난 역사와 정치적 싸움에서 탄생한 게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fQtxKmgJC8
▶ 자세한 내용이 여길 참고하길 바란다. 한글자막도 있으니 편하게 볼 수 있다. 내용은 상당히 방대하다.
이 글은 그냥 개인적인 감상 영역에서의 글이기 때문에
이번 내용에서는 테트리스의 역사와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좋은 게임은 무엇인가?
테트리스는 나온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리즈와 형태로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다. 재미는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고, 목표와 도전욕구를 자극하여 성취감을 얻는 형태로 제작된다. 테트리스는 그런 점에서 현대 비디오 게임을 아주 간단하면서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최근에는 예술의 형태를 쓰고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 게임들도 종종 등장하지만,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들은 재미를 최우선순위로 개발된다. 게임에는 목표와 그 목표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고, 사람들은 장애물을 뚫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을 얻는다. 이것이 다양한 국가와 언론매체에서 악마화하는 중독성의 실체이다. 현실에서 공부, 운동, 자가수련 등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중독성이며, 게임에서는 인간의 성장욕구를 간략하고 빠르게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다.
테트리스는 펜토미노라는 간단한 퍼즐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이것을 4개로 줄인 테트로미노를 가지고 블록을 채우는 형태로 발전했고, 그것도 재미가 부족하다 생각하여 세로로 길게 만들고 떨어지게 하였다. 블록이 계속 쌓이기만 하면 게임으로서 목적이 없기 불분명하기 때문에 한줄이 채워지는 순간 지워지도록 하여 최종적으로 테트리스의 기믹은 완성되었다.
테트리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관성에 대한 끌림을 자극한다. 실시간으로 블록은 떨어지는데, 그 블록을 잘 맞추어 한 줄이 되도록 설계해야 하고, 블록이 제거되어 더 길게 테트로미노를 채워 넣을 수 있다. 오래 버티기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고, 추후에 추가된 것처럼 점수를 계산하여 누가 더 빠르게 혹은 누가 더 많은 점수를 얻는가에 대한 추가적인 대결 규칙까지 생산할 수 있다.
규칙에 대한 확장을 제외하더라도 테트리스는 중독적이다. 테트리스에는 목표가 있다. 블록을 알맞게 끼워넣어서 한 줄을 만들고 지우는 것이다. 이 목표에 다가가기에 예상되는 장애물도 충분하다.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블록,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다음 블록, 평평한 땅을 만들기에는 약간 불규칙적인 테트로미노의 생김새 등이다. 유저는 이 장애물을 극복하여 한 줄 한 줄 제거해나간다. 여기에는 적절한 난이도도 동반된다. 실수를 한 번 했다고 해서 게임이 패배하지는 않는다. 다음 블록을 쌓는 것이 더 어려워지긴 하지만, 설계를 잘 한다면 내가 잘 못 쌓은 블록들을 없었던 실수처럼 지워버릴 수도 있다.
테트리스는 게임의 목적에 걸맞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대체로 어려워지고 복잡해진다. 사람들이 단순한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더욱 자극적이고 어려운 것을 찾기 때문이다. 소울라이크로 악명 높은 엘든링이 GOTY에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우연히 아니며, 사람들이 어려운 게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캐주얼 게임이 완전히 저문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은 캐주얼 게임이고, 여전히 많은 캐주얼 게임들이 높은 인기를 끌며 사랑을 받는다. 3 매치 퍼즐, 2048, 뱀파이어서바이벌, 수박게임 등 여전히 조작이 쉽고 간편하며 게임의 본질에 집중한 게임들은 역사 속에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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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을 하면서 다양한 개발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인디게임은 특히나 자신만의 독특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점점 더 어려운 규칙을 넣어가며 게임의 본질에서 멀어져 가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사실 내 이야기이기도 하며, 테트리스를 생각하며 기본기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생각이 난 게임보이와 나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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