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 빌딩 게임 "GOTY" 제작 중

콘텐츠 분석

[기획 논평] : 데몬프론트 - "누군가에겐 아류 누군가에게는 진수"

게임코패스 2024. 11. 20. 22:50

 

더보기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내 게임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판단이 잘 안설때가 있다. 제작자가 아닌 이상 이 느낌을 이해 못할수도 있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초기 버전에서 점차 익숙해지고 또한 발전하다 보니 자신의 애정과 그에따른 보정이 들어가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도 들고, 더불어 너무 질리도록 보아서 게임을 하기도 전에 큰 흥미가 돋지 않는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유저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이해해도, 게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콘텐츠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누군가에게는 재미 없는 법이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부분이 천차만별이라, 내가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릴 때에도 내 게임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인지 판단하기는 점점 쉽지 않아진다. 결국 믿을 것은 내 경험과 게임에 대한 지식 뿐인데, 난 최소한 내가 했을 때 재밌고 좋아할만한 게임을 제작하려고 한다. 같은 일을 직업으로서 계속하게 되면 게임불감증처럼 다른 게임에도 재미를 못느낄 시기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예전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들에 대해서 추억을 회상해보고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유치원생 시절 필자는 동네 친구가 별로 없어 홀로 문방구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필자처럼 문방구 기계 앞에 코를 박고 늘 보이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깨너머로 플레이를 학습해가며 패턴을 익히곤 했다. 옛날에는 하루에 100원 혹은 그마저도 못받곤 했기 때문에 한 판을 가장 오래할 수 있는 게임에 투자해야 했는데, 데몬프론트는 앞서 하던 친구들 중 100원 원코인만으로 끝까지 깨는 친구가 있었기에 그 친구의 플레이를 가장 많이 참고했다. 메탈슬러그도 있었지만, 문방구 앞 100원 쓰기도 아까워하던 나의 특성상 개수가 정해져 있는 폭탄을 아끼며 진행했고, 항상 죽을때 보면 쓰지 않을 폭탄을 가득 안을채로 죽어서 메탈슬러그는 나에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데몬프론트는 적절한 난이도에 무엇보다 정령을 선택해서 준 필살기에 달하는 기술을 무한정 쓸 수 있어서 강한 기술을 써가는 재미로 적들을 무찔러 나갔다. 옛날 문방구의 특징이기도 한데, 다섯시간씩 있다보면 하루에 한 두번씩 아이들의 어머니가 와서 귀를 땡겨 집으로 구속조치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 때가 기회인데, 그 아이가 잡혀갈 때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해 이어서 하면 금단의 두 번째 판을 플레이 할 수 있어서 문방구 앞은 디지털 게임뿐 아니라 눈치싸움에 아날로그 게임까지 포함된 종합 놀이터였던 기억이 있다.

 

가끔 초등학생 형들이 올 때는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데몬프론트를 "메탈슬러그 같은 게임"으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메탈슬러그가 워낙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기도 하고, 시리즈로 승승장구 했으며 인터넷 방송 초창기에 '대정령이라는 메탈슬러그 고수 스트리머를 통해 다시 회자된 전적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유독 메탈슬러그의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OGN에도 출현할 만큼 인기가 많았던 인터넷 방송인이었다.

 

메탈슬러그는 부드러운 픽셀 아트와 다양한 총의 매력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죽는 모션이나 탈 수 있는 장병기들도 다양해 어린이들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상황마다 기믹들을 다양하게 넣어두었는데 화려하고 무식하게 강한걸 좋아하는 어린아이들 특성상 좀비가 되어 폭탄을 마구잡이로 뿌려대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메탈슬러그 3의 2스테이지에서는 무조건 좀비로 변했다.

 

데몬프론트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챠밍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기본 총이 경험치를 통해 업그레이드 된다. 추가로 4개의 캐릭터가 각각 다른 공격을 하는 정령을 가지고 있어서, 정령의 레벨을 올리며 상위 스테이지를 도전해가는 방식이다. 여기서의 중심은 성장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던 건 맨 우측의 전기캐릭터이다.

 

데몬프론트는 게임의 기본 요소를 잘 지니고 있다. 정해진 스테이지에 끝까지 가는 것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 목표로 진행하는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고, 이 장애물들은 적절한 난이도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게임의 요건을 달성한다. 여기서 더해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하는 디자인과 애니메이션들이 잘 녹아들어가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것은 메탈슬러그도 여전히 갖추고 있다. 나는 왜 그 시절 메탈슬러그보다 데몬프론트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을까?

 

목표로 가도록 유도하는 동기의 힘

 

목표와 장애물만으로는 2% 부족하다. 목표로 가도록 하는 동기가 있으면 더욱 좋다. 처음 하는 사람이 게임을 시작하면서 스테이지 끝까지 깨야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잡기는 쉽지 않다. 그냥 해보는 것이다. 해보면서 게임을 익히고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파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계속하게 할 동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데몬프론트에서는 성장이 있다. 게임을 죽지않고 하다보면 총과 정령이 성장한다. 정령이 성장하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하게 되므로 사람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정령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정령에 애정을 가지게 되고, 정령의 성장에 대해 궁금하게 된다.

 

이는 사람의 호기심과 관련된 '발견'의 욕구를 자극하고, 두 번째로 현재까지 한 성장을 놓치고 싶지 않게 하여 긴장감을 만든다.

 

정령마다 공격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콘텐츠 부분도 풍부해지는데, 정령이 게임에서 큰 역할을 맡게되므로 공격하는 지점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적들이 같은 위치에서 나오더라도 유저는 캐릭터에 따라 공격 방식을 달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 게임을 메탈슬러그에 비해 더욱 많이 찾았고 많이 하게 된 것이다.

 

 

데몬프론트는 메탈슬러그의 아류작으로 불리지만, 나에게는 아류작 그 이상의 게임이다.

 

메탈슬러그의 영향에서 많은 것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비슷한 시스템으로 자신만을 색을 내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에 추억이 깃들듯, 이 게임에는 나의 유치원 시절이 담겨 더욱 애정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