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 빌딩 게임 "GOTY" 제작 중

잡담

2022.02.16_오늘의 잡담

게임코패스 2023. 2. 16. 15:02

 블로그 쓰는 습관을 들이고자 별거 아닌 이야기도 적어보려 한다.

 

 최근 미래 진로에 대해 고민중이다. 게임 만드는 일을 그만두거나 할 생각은 없다. 게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즐거우며, 같이 작업하는 인원들도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처음 게임 제작을 시작했을 때에는 일확천금에 꿈이 없던 것도 아니었으나, 게임을 만드는 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에 신경이 쓰인다.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록을 남기겠다.

이 게임을 보고 큰 꿈을 꾸었다. 추정 1000억 벌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민중인 부분은 내가 가진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나는 문서를 가공하고, 엑셀을 만들고 캐릭터들의 여러 밸런스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배우는 것은 있어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프로그래밍 친구와 디자인 친구가 멋진 작업물들을 척척 내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에 비하면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지워지질 않는다.

 

G식백과 현 크래프톤 김주용 게임기획자 초대석. 궤도에 오르기 쉽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기획자로서의 입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다. 물론 정밀하게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증명하기 어렵다. 몇십년에 걸쳐 다양한 게임을 해보고 장르의 본질을 꿰뚫고 사람들이 해당 장르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통계를 확인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직접 그 재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경험적인 부분에서 출발해서 자신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트렌드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절묘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디자이너는 Spine을 잘 다룬다.

 

프로그래머는 Unity와 더불어 그냥 프로그래밍을 잘한다.

 

앞담이 길어졌는데, 오늘의 잡담은 과외 오는 길에 잠시 생각한 것이다.

 

 최근 과외에서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지 않고, 뛰거나 따릉이를 타고 오고 있다.  거리로는 2.5km이고, 걷기로만 간다면 5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이 주로 오르막길이라 뛰어가면 충분히 운동은 된다. 슬슬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느껴지고, 집주인 아주머니가 월세값을 5만원 올리셔서 돈도 아낄겸 그렇게 하기로 했다. 서울에 집 한채를 가지고 2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에게 월세를 받고 있는데, 융자 갚을 돈이 없다니 힘들어서 그런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더라.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기 싫어진다.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아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좀 더 빠른 길이 없나 살펴보며 오고있는데, 여러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골목들을 탐험하면서 가다보면 우리집은 아래에 있으니까 우리집이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서 한번에 내려가고 싶은데, 벽에 막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야 하니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내려가서 가면, 다시 우리집을 향해 또 올라가야 할 것 같아서 차마 내려가기가 싫더라.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이런 작은 골목길을 발견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넓직한 도로가 반겨서 기분 좋았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살다보면 언젠가 올라갈 때가 올텐데, 참 내려오기가 싫다. 결국에는 내려와야 하는데 말이다. 인생에서 지금은 내려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인생에서 느끼는 충족감을 기준으로 말이다. 이런 기분은 참 오묘하지만, 결국 도착지에 가려면 받아드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공간은 산의 정상이 아니라 중저지대에 있는 우리집이니 결국에는 내려와야 한다.

 

다음에는 좀 더 마음을 놓고 내리막길을 적극적으로 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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